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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0. 31. 00:14

10월 28일 저녁 8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사진 출처 : 두산 아트센터)

극을 보기전 까지 어떤 작품일지 감을 잡질 못했다.
작품은 연극이지만 연극같지 않게 진행된다.
보고나서야 혹시나 하고 찾아보니 작년의 남산 산책의 그 연출 분인 줄 알았다.

전체적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문제의 큰 원인인 정부를 앞에 두고 연극하는 - 햄릿의 연극을 차용한 -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현재 행동하지는 않는 관객인 나를 겨냥한 것만 같아
작품을 보는 내내 부담스럽고 거북했다.

연극은 현 실제를 표현하고 그를 통해 사유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기에
이런 주제가 나쁘지 않고, 이야기 전개 역시 흥미로웠지만
아무래도 나 역시 죄책감과 부채감을 가지고 있기에 감상하는 내내 어지러운 마음이 들었던 게 아닐 까 싶다.

이 작품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그 전, 그리고 그 사건이 일어난 이후의 일이다.
자기의 인생에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다 보니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가 좀 더 많았지 않나 싶다.

작품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처음 배우가 나와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극 중의 극'일 뿐인지 배우 자신의 이야기를 무대에서 풀어내는 건지
파악이 안되서 혼란스러웠다.

작품은 먼저 배우들의 각자의 특정 사건을 시점으로 Before / After를 풀어낸다.
극으로 풀어내긴 했지만, 종종 친구들과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수다떠는 것과 같은
친밀감과 강한 공감을 끌어내며 진행된다.

극적으로 풀기보다는 이해를 위해 그림과 영상을 사용하는 것 같아
마치 아이가 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영상을 이용해 스크린에 띄우기도 하고 스케치북 - 마치 프리젠테이션 처럼 장면 겹침을 이용하기도 하고 - 등등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접하는 거 같았다.

충격적인 것 중 하나는 장성익배우의 개인사와 그로 인한 신체의 상처 이야기였다.


다른 인터뷰나 개인적인 얘기는 접해 본 적이 없기에 항상 무대에서만 뵈었는데
그런 이야기와 신체적 불편함이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무척 놀랬다.
지금 내가 대면하고 있는 사람이 마치 이 모습이 아닌 내가 알 수없는 게 있다는게 좀 더 크게 느껴져서일까..


사회적 큰 사건 역시 개인에게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인지,
각자의 Before/After는 점점 세월호의 그 시간을 향해간다.

그 사건과 자신의 이전 사건들, 그리고 그떄의 나와 지금의 나
그리고 이어지는 개인의 시간들..

최근에 일어난 데다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부분도 있고
많이 마음이 아팠던 사건인지라 좀 더 마음이 무거워졌던거 같다.

무거운 이야기를 너무 무겁지 않게
마치 술자리에서 앉아서 얘기하다보니 속깊은 얘기를 나누게 되는 그런 장면들이었지만
이 장면을 여기까지 풀어내기 위해 배우 개인은 얼마나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고 재체험하며 많이 힘들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켜켜히 쌓여가는 내 인생에 이런 저런 흔적들이 남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먼지가 쌓여 둔해지고, 그런 자신에게 무척 놀래게 되는데..
이 작품은 역시 마음 아픔과 자책감 때문에
집에가는 길이 더 춥게 느껴졌다.

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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