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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5. 23:53

2015년 7월 3일 금요일 저녁 8시

두산아트센터 SPACE111

공연사진 제공 : 두산 아트센터

 
이종 공간의 무대

전통음악을 재해석해 들려준다는 '비빙(Be being)'은
연주자와 가창자, 그리고 특이하게 사운드 엔지니어까지 포함 된 팀으로
그간의 레퍼토리를 보면 철학적인 주제들이었고 장르 분류는 다원이었기 때문에,
창극같은 극화된 형태라기보다는 연주와 전시 그 사이의 작품이리라 예상했었다.

두산아트센터 홈페이지를 드나들면서 자주 본 팀이라 이름은 익숙해졌지만
비빙과 공연 내용에 대한 설명을 보면 좀 막연하기도 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막상 쉽게 예매를 못하고 호기심만 높아지던 차에 드디어 볼 기회가 생겼다.

공연을 보기 전에는 가능한 자세한 정보를 모른 채
공연 보는 그 순간에 알게되는 정보를 오롯이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
특히나 비빙의 작품을 아무 정보 없이 봤을 때
과연 시놉시스대로 내가 읽어낼 수 있을 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일부러 더 찾아보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결과는 땡이었다.)

 


공간의 겹침을 묘사하는 투명벽

이종공간이라는 제목대로 낯선 공간을 묘사하기 위해서인지 울틍불퉁한 투명한 재질과 조명으로 이공간을 구현했다.
조명에 따라 유리같기도 하고, 아크릴같기도 하고, 두꺼운 비닐 같아 보이던 투명한 벽은
그 굴곡으로 인해 조명의 빛이 잘 담기면서 그 너머의 사람과 물체가 흐릿하게 보였다.

 


공간사이에 가로 선을 그리는 조명

늦은 오후같은 주황빛 조명이 일반 빛처럼 퍼지거나 아랫방향을 향하는게 아닌
옆 방향의 조명으로 마치 화면 가로선이 그어진 거 같아 묘했다.
무대와 객석이 가깝고, 내 자리가 한 쪽면이라 현장에서 관람할 때는 못느꼈는데
지금 전체 무대 사진을 보니 마치 빛의 파편이 흩어진 것 처럼 보여 공간이 더 분절되 보인다.

그 뒤 장소의 표현에 따라 초록색, 파란색인 공간으로 바뀌기도 하고
세 소리꾼이 위치와 방향을 바꾸며 각각 장소가 다름을 묘사했다.

연주자 뒤 편엔 숲속같이 꾸며진 공간은 그 앞의 추상적인 공간과는 달리
지나치게 구체적이라 무슨 의미일지 계속 고민 해봤지만 썩 좋은 결론을 내리진 못했다.

이런 분위기에 어떻게 판소리를 할까 싶었는데 -
판소리의 경계를 잘 모르겠으나- 판소리보다는 소리에 가까웠다.
분위기를 고려하면 자막이 없는 편이 좋은 듯하지만, 소리 특유의 발성때문에
일부 단어는 무슨 뜻인지 들리지 않아서 아쉬웠다.

한편으로는 같이 있지만 각기 다른 공간이 곂친거라 소리의 유무는 알겠으나 제대로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교차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그런 것 조차 공간겹침의 의도가 아닐까..

마른 몸집에서 나오는 세 소리꾼의 소리는 기묘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느리지만 격렬한 움직임 뒤에 호흡의 흔들림 없이 소리를 내거나
동일한 소리를 끈기있게 계속 반복하는 모습에서
수년간 다져진 내공과 소리 체력을 느껴서 감탄하며 보았다.

마치 정지된 상태에서 누워서 느리게 발로만 걷는 데도 불구하고
마치 정자세로 편안하게 하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나오는 점에 감탄을 했지만
극이 담고자 하는 의미를 다 읽지 못하고 외면만 감상하는 내가 안타깝기도 했다.


세 소리꾼

후반부에는 세 소리꾼이 마치 각각의 기묘한 소리를 내다 합쳐지는데
공간과 연주자가 주는 그 묘함도 있는데,
너무 소리꾼의 소리에만 집중한 듯해서 눈을 감고 귀로 연주를 쫓아보았다.
반복적으로 들리는 소리들이 어느 순간 아련해지면서
정신이 몽롱하고 아득해지면서 묘하게 긴장이 풀리는 듯 했다.

끝나고서야 찬찬히 읽어보니 이공간, 그것도 저승을 향해 가는 소녀의 이야기였었다.
투명한 경계는 서로를 감지할 수 있지만 자세히 볼 수 는 없고
공존하지만 함께 있는 것이 아닌 그 경계에서 각자의 소리를 내며 겹치기도 하고 분리되는 것을 묘사했던 듯하다.
시놉시스를 읽지 않으니 의도적으로 시놉에 맞춰 해석하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며 작품을 즐겨서 좋았지만
소녀의 여정을 미처 쫓지를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소녀의 여정과 공간을 좀 더 살펴보고 싶다.


공연이 끝난 뒤 무대

연주회라기엔 담고있는 묘사와 함축된 의미가 깊고
극화된 극이라기엔 묘한 마치 연주와 전시 그 중간에 서있어서
아직 이런 작품의 감상은 서툴어서 나의 부족함에 아쉬우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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