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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17. 23:56

2015년 11월 14일
두산아트센터

(사진 출처 : 두산아트센터 제공)


항상 챙겨보는 극단인 양손 프로젝트의 신작.
이번 양손 프로젝트의 신작은 단편선 모음이 아닌, 긴 호흡의 이야기였다.
다만 이전에 접한 양손의 장편(딱 맞는 표현은 아닌거 같지만,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다.)과 다르게
'폭스 파인더'라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 것이라 어떤 이야기를 보게 될지 무척 궁금했다.

'공연 시작 후 입장 불가'라는 안내를 보고 뭔가 무대가 다르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그간 양손의 공연은 무대를 채우는 공연은 아니었기에
어떤 무대, 어떤 이야기를 보게 될지 호기심은 더욱 증폭되었지만
더 신선하고 깜짝놀라고 싶어서 시놉은 커녕 광고 문구 한 줄도 읽지 않고 극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극장은 하얀 벽으로 둘러쌓인 곳으로
극 내내 마치 그들 모르게 가까이에서 감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 제목을 봤을 땐 FoxFinder라고 생각은 햿지만,
영화사 Fox가 연상되면서 막연히 우주 이야기일거라고.. 상상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게 연상되었다.)
오히려 극의 배경은 중세 혹은 근대에 가까웠지만..

제목 그대로 극 중에서는 '처음엔 새로운 단어 혹은 영화사 폭스를 생각했기에 폭스파인더가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이 들이 찾는 여우는,
우리가 아는 여우이지만 다른 여우이기도 하다.

무서운 송곳니에, 정신착란을 일으키며, 현혹시키기도 하는 심지어 교활해서 그 누구도 본적없는 공공의 적.

폭스파인더에 등장하는 현실은 작금의 현실과 유사한 면이 많아
나도 모르게 현실과 극 중 상황을 연결해 각 부분이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 지 보게되어 극이 너무 끔찍하게 여겨졌다.

극 중에 등장하는 여우의 묘사는 다른 면에서 냉정하게 따져보면
그 존재가 없다 한들 그러한 사실을 증명하기 어렵도록 되어있다.

여우가 가지는 힘이 막강하고, 그것을 신봉하는 게 의심스럽지 않으며,
심지어 역으로 해당 존재를 실제로 본 구체적인 사람을 알 수 없지만,
없다고 주장하기 힘들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증명하면 저렇게 빠져나갈수 있도록 잘 짜맞추어진 설명아래,
해당 내용을 강하게 믿을 수 있는 연고없는 아이들을 어렸을 때 부터 세뇌시켜 교육해 오고
강한 신념을 가진 이들이 보통의 사람을 감시하며
점점 믿음으로 존재를 만들어가는 과정

극에서는 여유와 얽혀 점점 흔들리는 사람들만 나오지만
그 뒤 저편엔 이러한 상황에서 이득을 얻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것만 같아 끔직했다.

극중 부부는 순박하다면 순박하지만,
미약하게 드는 의심을 파고들기 보단
현실에 눈감고 의심스러운 현실을 유지하며 사는 것을 선택한다.

극이 진행되며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지만 결국 마지막 장면의 상황과 시작할 때의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주어진 정보가 적은 채 교육받은 대로, 주어진 의무대로 살아가지만
미약한 의심을 가지고 떠나기엔 그 곳 역시 잘 살수 있을 지 알수 없는 미지의 곳

이러한 갇힌 상황을
흰색의 벽으로 둘러 쌓인 집이자 마을로 묘사해
마치 벽에 갇혀 외부 정보는 알 수 없고, 조명에 의해 바뀌는 내부처럼
주변에 의해 그저 흔들리는 상황을 묘사한 듯 해 무대 때문에 더 홀린 듯 작품을 봤다.

게다가 단순한 배경에 비해
등장하는 소품은 또 지나치게 현실적이여서.. 중간 중간 몽롱한 현실 속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것 같은 끔직한 기분이 들었다.

내리는 축축한 비처럼 극장을 떠나는 내 걸음 늘어져 머리 속에서 길을 잃었다.


꼭 극이 선명한 결말이나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는 없지만
실제 현실과 작중 상황이 겹쳐서 행동할 의지보다 오히려 나약해지는 나를 보며 좀 충격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