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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3. 10:20

낭독회와 그 이후 실제 공연까지 간 작품을 보는 건 처음이라 굉장히 설레었다.
작년에 낭독회를 워낙 재밌게 봤고,
그간 연출가께서 연출하셨던 작품을 워낙 재밌게 봤던 지라
그게 어떻게 극화화 되있을 지 무척 궁금했다.

'햇빛 샤워'라는 낭만적인 단어와 다르게 극은 씁쓸하다.
심지어 햇빛샤워도 지하방에 사는 주인공이 영양이 부족하니까 의사가 햇빛을 많이 쬐라는 조언에
일부러 햇빛 맞는 시간을 만든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그렇게 노력해야만 볕이 드는 주인공의 삶은 순탄친 않지만 열심히 사는 여성이다.
다만 그 '열심히'의 방식이 남들의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평범하지 않은 방식이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되는 대로 편법과 불법과 주변의 애정을 이용하는 건
그러는 이유를 알겠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아서 마음 주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다.

'우리는 집이다.'처럼 다 장점만 있는 사람이 아닌 단점도 함께 가진 평범한 사람들도 아니고
그저 성격드세고 욕심하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참 신기했다.
심지어 주인공의 주변인물들도 역시나 정주기 쉽지 않다.
입양했지만 여전히 아들이 아닌 그저 저렴한 인력으로 생각하는 교회다니는 부부와
그 부부의 입양아인 동교는 기부천사라 부를만큼 자신의 능력껏 기부하지만 뭔가 짠하다.

이 작품은 인물이 참 독특하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몸까지 내어주는 주인공인 광자는 그 목적이 자신의 이름을 '아영'으로 바꾸는 것이다.
자신의 꼬여버린 이름은 '광자'라는 이름때문이라는 다소 그녀의 성격과 삶의 방식에 비하면 순수하기 까지한 이유이고
동교라는 인물은 그렇게 순하고, 핍박박고 있지만 심지어 그 사실을 본인이 모르는 것도 아닌데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묘하다. 단순히 그 상황에 굴복한것도 아니고, 극복해내는 것도 아니고, 분노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자신도 누군가와 연결되기 싫을 뿐.
어려운 형편에도 연탄 기부를 계속하는 동교는 정신지체 수준은 아닌데 왠지 바보같아 보이는 면이 있어
오히려 이 인물이 극의 진행과 더불어 숨겨진 울화가 터지는 건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그저 정말 자신의 말대로 연결되기 싫어하는 삶을 끝까지 지켜낸다.

지난 낭독회때는 '누구와도 연결되 싫어하는' 동교의 마음이 무척 공감갔었는데
올해 나의 상태는 그러지 않아서인지, 아님 이야기의 뒷편을 알아서 그런지
그저 동교가 누구 뒤통수라도 크게 때려줬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품으며 계속 작품을 봤다.

낭독회였긴 하지만 꽤나 기억이 생생하고 오히려 역동적으로 느껴져서인지
이번 공연이 꽤 번잡스럽게 느껴졌다.

배우들의 동선이 생각보다 많은데다,
(남산 특유의 반원과 객석 중앙의 계단을 이용해 다양한 느낌을 내고 싶었던게 아닐까 싶다.)
 반지하방을 묘사하기 위해 무대 장치를 이용해 중앙 바닥을 내려가게 했는데
그 장치가 동작하는 시간과 소리가 극의 집중을 흐트리는 기분이었다.

작년과 다르게 이번에는 형사가 수사하는 식으로
주변인물들과의 인터뷰 장면이 중간중간 나오는데 한참 공연에 집중해서 보는 데 중간에 누군가 끼어들어 말 거는 느낌이었다.
낭독회를 안봤다면 어떻게 느꼈을지 모르겠다..
작년에 낭독회를 너무 잘봐서인지 오히려 너무 사족같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 내 스스로 낭독과 극화사이의 변화를 쉽게 못 받아들인거 같다.

워낙 극과 배우들이 좋아서 작품자체는 작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봤다.
지난번엔 좀 비어둔 극이라면 이번엔 내용을 꽉꽉채워담은 극이었는데,
살짝 덜어내도 더 좋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