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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30. 00:33

다른 장르와 달리 무용은 안무가 추상적일 수록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안무가의 의도에 맞는 것일까'하는 불안감을 공연 내내 품게 된다.
이번 공연은 세월호 추모 공연이라는 점과 주제를 드러낸 제목 덕분에 상대적으로 몰이해의 부담감을 덜고 편안하게 볼 수 있었다.

어두운 공간 안에서 계속 물소리가 들리는 데
그 소리가 평소에 듣던 흐르는 물소리가 아닌 물 속에서나 듣던 웅웅거리는 물소리였다.
빙글빙글 돌며 움직이는 무용수들 너머로 물이 빠지는 구멍 위 소용돌이가 보여서 마치 휩쓸리는 소용돌이 속에서 물소리를 듣는 기분이라 끔찍했다. 예전에 태풍으로 불어난 물에 잠시 휩쓸린 그 감각이 선명하게 살아나서 잠시 휩쓸린 나도 이렇게 생생한 데, 이런 일을 겪은 사람에게는 이렇게 끔찍할정도로 실체감있는 형상화는 너무 잔인한 묘사가 아닌 가 싶었다.

처음엔 4월의 안타까운 사고를 연상해서 배 안에 갇힌 사람들을 묘사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사용하는 공간의 느낌이 좀 더 큰 공간감을 가지고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장마 같은 급작스런 큰 흐름의 물에 휩쓸려 여기저기 부딪히고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사람들이 휘말려 어디론가 가는 느낌이었다.
바닷가에서 수영하다가 물안경이 벗겨져서 잃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그 잠깐 사이 놓친 건데도 그 부분을 만져봐도 물안경의 감촉은 느껴지지 않고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지 않아서 도대체 그 짧은 시간에 어디로 사라진 걸까 오랫동안 생각한 적이 있었다.
딱 그 느낌이었다.
이렇게 눈 앞에서 보이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어디로 흘러가 사라져버리는 걸까
결국 공간은 한정되있는데 어디로 어느 흐름을 타고 가버려서 발견할 수 없는 걸까. 세월의 흐름을 타고 잊혀진 사람들은 비록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지만 어딘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어디로 가버렸기에 이제는 없다고 생각하게 될까.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위기 상황을 알리는 신호등 같기도 하고, 비바람에 심하게 깜박이는 불빛 같기도 한 조명들, 여러 흐름의 물 소리와 다양한 충격음은 무대를 한때는 폭우가 내리는 선상 위로 만들었다가 때론 급류가 흐르는 거리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무서운 순간이 지나고
파란색의 조명으로 둘러쌓인 신비로운 신전같은 곳으로 다다른다. 멀리서 점차 다가오는 아우성과 수많은 발구름, 시시 각 여러 방향에서 쏘아지는 레이저는 삶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고통스러운 순간이자 존재하는 차원이 바뀌는 순간으로 보였다.

누군지 알수 없는 주인 없는 발들이 한참 뛰어다니면 어느새 극 후반에 다다른다.
후반의 장면은 마치 우리나라의 살풀이 같아 보였다. 남자 무용수는 상의를 탈의하는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타난 무용수들은 살풀이를 하는 것 처럼 구음을 하고 샤먼처럼 보이는 삭발한 무용수의 주도하에 흰 끈을 다루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그간 봤던 살풀이는 가운데 주기둥을 하나 두고 끈을 묶거나 푸는 형식이었는데 이 장면은 사방에 있는 여러 개의 기둥이 끈의 중심이었다.
안무가가 살풀이나 혹은 동양의 유사한 의식을 참고한건지 아니면 자신의 해석이 그것과 닮았던 건 지 궁금해서 공연이 끝난 후 안무가의 소개를 읽었으나 안무가가 호주 사람이었다. 서양 사람이 살풀이나 유사한 의식을 알고있는지 추측이 안되기도 하고 후반부 장면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아있다.
극이 끝나니 마치 한 판의 진한 굿을 본 기분이었다. 아마 마지막 의식에서 정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반부가 극단적으로 고통스럽게 묘사한게 아닐까 싶었다. 다만 후반까지 버틴다면 좀 개운하겠지만 초반부의 묘사가 워낙 고통스러워서 힘들었다.
하지만.. 역시나 무용이라 완전 헛다리 짚으며 본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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