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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5. 3. 23:29

 


크로아티아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다

저자
양미석 지음
출판사
한빛라이프 | 2015-03-20 출간
카테고리
여행
책소개
이 책으로 크로아티아에서 인생의 절정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한빛리더스 3번째 미션 책!

동유럽 여행을 갈 참이었는데, 미션 도서 목록에 이 책이 있는 것을 보고 
마치 여행이 한 발짝 더 가까이 내게 온 것만 같아 반가웠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여행 소감문류의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싫어하는 편에 가깝다.
신변잡기를 늘여놓듯 가볍게 자신의 여행 감상의 소회를 써놓은 책들은 (분명 누군가에게는 큰 의미가 되는 책일 수 있으나
나에겐 마치 '여행은 이렇게 해야해'하고 강요를 받는 것 같고, 지나치게 널리 쓰여 이젠 그 의미조차 퇴색되버린 '힐링'이라는 단어와 뒤섞이게 되면 마치 SNS에 널린 자랑글과 허세글같이 느껴져 거북스럽기도 하다.

물론 저자와 감성이 통하고, 그 저자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면 오히려 깊이 동감하고 나의 일처럼 감동이 되겠으나
보통은 그 만큼의 공감을 이루기 전에 책이 끝나 마치 남의 일기를 읽은 것처럼 찜찜만 기분만 남아서이도 하고.

최근에 워낙 지쳐있어서 동유럽 여행에 모든 위안을 품고 있었던지라
책을 펴기도 전에 이미 책에게 마음이 열려있었던 데다,
글을 읽다보니 작가의 여행하는 방법이 나의 지향점과 닮아 있어서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가이드북이 아닌 만큼 각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여행지에 접근하는 방법과 숙소등 최소한의 정보는 제공한다.
기본적으로 유명하지 않은 소도시를 여행했기 때문에 상세한 정보를 더 쓸 수 없었기도 하겠고

최근 여러가지 이유로 크로아티아 자체가 많이 유명해졌지만,
크로아티아의 역사와 문화를 어우르면서 그 나라의 혼을 느낄 수 있는 책 - '터키 1만년의 시간'이나 '이탈리아 도시기행'같은 - 까지는 아직 나오진 않았다.

이 책 역시 작가가 그 동안의 여행으로 다져진 역사 지식과 여행안내소를 이용하는 능력, 로마 유적을 보는 눈 등으로
정보가 적고 처음 가는 소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혼자의 힘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고 있지만 
여행 안내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조금 더 자기지식 화 해서 들려주는 정도라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글을 읽다보면, 시간이 좀 더 흐른 후에 작가가 다시 크로아티아 여행 글을 쓴다면
지금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를 해줄거라는 믿음이 들었다.

 

해당 건물만 찍는게 아닌, 그 주변의 풍경도 담고 있어 이 동네가 어떤 느낌인지 알게 해준다.

작가는 보통 여행 안내소에 들린 뒤 전체적으로 한 바퀴를 돌거나 혹은 높은 곳에서 전체를 조망한다.
단순히 '어디에서 무얼 사고',  '나는 어떤 기분이 들었으며' 이런 내용이 아니라
마치 함께 걸어가며 산책하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거리와 풍경을 상세히 묘사하는게 참 맘에 들었다.

여행 책이다 보니 개인의 감성이 안 들어갈 수 없지만, 오히려 좀 건조하리만큼 담담한 묘사도
독자인 내게 상상의 여지와 내 감정이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또 사진도 대부분 자신이 찍은 것들이었는데,
부분을 찍고 예쁘게 보정한 가공한 사진이나 자신이 이 장소에 있었다는 인증샷이 아닌 
해당 여행지의 매력과 겉모습을 충분히 파악할 만큼 좋은 구도와 선명한 사진들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마치 작가가 걸었던 대로, 이 뒤에 무엇이 있는 지 모른채, 혹은 더 걸을까 말까, 볼게 있을까 했던 고민들이
그대로 이미지화 해 내게도 보이는 기분이었다.

다만 작가가 주로 혼자 여행하고, 해당 주변의 건물을 보는 것을 특히나 선호한 탓인지
- 나는 그 지역의 술이나 음식을 먹는 것 또한 무척 좋아하는 지라, -
해당지역의 특색있는 먹거리에 대한 얘기가 없어서 아쉬웠다.

책을 들고 사진을 쭈욱 훑으면 정말 풍경, 건물, 풍경, 건물, 건물, 풍경 사진 위주라
이런 책이 드물어서 반가우면서도 먹는 얘기가 너무 없어서
'작가는 도대체 무얼 먹고 여행한건가?!!',  '식사를 하시긴 한건가?!!' 싶을 정도.
언급은 없었지만 혹시나 식비 경비를 아끼면서
그 돈 으로 입장료를 내거나 체류기간을 늘리는 것에 의의를 두는 건가 싶기도 했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사진  

 

하지만 크로아티아 구석구석에 대해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다녀온 듯 한 느낌을 주기엔 이만한 책이 없을거 같다.
책을 쭉  훑으면서 다녀오지 못한 곳에 대한 기대감과, 또 이 곳이라면 가보고 싶다 하는 곳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책의 소임을 충분히 해냈으니 말이다.

나 역시 작가가 보고 싶어했던 일몰이 잇는 자다르에 가보고 싶어졌다.
낮의 뜨거움 속에서 바다가 내는 파이프 소리, 그리고 해가 넘어가면서 빛나는 '태양에게 인사'
풍경과 일몰과 음악과 건축적 미학까지! 어쩜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꽉 차 있는 지.
특히나 야외에서 울리는 파도를 이용한 파이프 오르간이라니!!

작가가 부디 맑은 날 자다르의 일몰을 볼 수 있길 기원하며,
점점 작가의 경험이 더 쌓여, 크로아티아의 역사와 문화의 이해가 더해진 책을 낸다면
또 얼마나 내게 설레이는 내용을 보여줄까 싶은 후속이 기대되는 책이었다.